굴림체 9pt

교과서나 문제집, 가정 통신문 사이에서 오탈자나 부정확한 내용이 발견 된다면,
이는 정말 큰일이었어. 대단한 일이야.
대형 설비를 동원해 대량으로 찍어낸 글자야.고칠수도 없어. 잘못될 리가 있겠어? 설마.설마.
설마.하던 일이 벌어진 거야.
뭐. 유년기에 이 정도 눈썰미를 자랑하다니 난 분명 크게 될꺼야라는 마음도 있었지.

활자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믿음직해 보였던 때가 있었어.
내 손글씨는 상당히 급진적인데, 이건 좀 달라 차분해. 믿음직해.

그리고 지금. 굴림체 9pt. 로 뭔가를 찍어대고 있어. 왼손으론 자음 오른손으론 모음.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은 글이 튀어 나오고 있어. 앞뒤가 말이 달라. 활자체로. 

그리고 크게된 나는 항상, 믿지 못하겠다는 티를 너무나 크게도 내었지. 
내글엔 믿을게 하나 없어. 이거 뭐 스릴러도 아니고.

정말 믿음직한 글씨체로 못믿을 이야기만 끄집어 내곤 했어.
두서없고, 정신 사납게 써내려가다 보면, 
그 징징거림도 절박하지는 않게 느껴질것 같았다구.

마음이 마음같지 않았나봐.
6년간 그렇게도 산만하게 두들겨왔던 곳을 내팽겨쳤어.
그곳에는 "나 이사갔네요."라는 포스팅이 하나 예정되어있고,
요기에선 이런 후일담 같은 글만 두들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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